♤ 붉은 사막에서 푸른 지중해까지 : 북아프리카(모로코/튀니지) 13일간의 여정 ♤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 네 사람은 마음을 하나로 모아 13일간의 여정을 떠났다.
유럽과 아랍,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북아프리카의 두 보석, 모로코와 튀니지를 향한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인천을 떠나 두바이를 경유하는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모로코 카사블랑카. 그리고 다시 육로를 달려 도착한 마라케시에서 우리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 PART 1. 모로코 : 붉은 흙벽과 사하라의 숨결
마라케시의 첫인상은 도시 전체가 붉은 사암색으로 물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이었다.
이슬람 예술의 정수인 사디안 묘와 바히아 궁전, 도시의 나침반 같은 쿠트비아 모스크, 그리고 삶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제마 엘프나 광장과 복잡한 전통시장 수크는 마라케시의 생명력 그 자체였다.
마차를 타고 도착한, 입생로랑이 사랑했던 마조렐 정원의 강렬한 파란색은 이국적인 정취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여정의 반전은 아틀라스 산맥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마주한 장엄한 산봉우리와 뜻밖의 설경은 상상 이상이었고, 산맥 너머 사하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요새 마을 아이트 벤 하두의 카스바는 마치 고대 도시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깎아지른 토드라 협곡을 지나 도착한 메르주가. 불빛 하나 없는 사하라 사막의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작은 별에서 온 ‘어린 왕자’를 떠올렸다. 이른 새벽, 낙타 등에 몸을 싣고 사막의 능선을 넘어 마주한 붉은 태양의 일출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였다.
지즈 계곡을 지나 폭설로 인해 이프란을 우회해야 했던 아쉬움도 있었지만, 천년 고도 페스는 그 아쉬움을 단번에 잊게 했다. 9,000여 개의 미로 같은 골목과 천년을 이어온 가죽 공장은 여전히 뜨거운 삶의 현장이었다.
끝없는 초원의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볼루빌리스의 로마 유적에서는 한때 이 땅을 지배했던 제국의 풍요와 영광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리프 산맥을 넘어 도착한 푸른 도시 쉐프샤우엔에서는 몽환적인 골목길을 걸으며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행정수도 라바트의 하산 타워를 지나, 카사블랑카의 하산 2세 모스크를 끝으로 모로코 여행을 마무리했다.
🇹🇳 PART 2. 튀니지 : 지중해의 푸른 바람과 역사의 향기
비행기로 세 시간, 두 번째 나라 튀니지는 온화한 지중해의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튀니지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시디 부 사이드의 하얀 벽과 파란 대문은 사막 여행으로 메말랐던 감각을 단번에 씻어주는 청량함이었다.
함마메트 요새에서 바라본 지중해는 한없이 평화로웠고, 끝없이 이어진 올리브밭을 지나 마주한 엘젬의 로마 원형경기장은 검투사들의 거친 숨소리와 수만 명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9세기에 건설된 요새 도시 수스의 메디나와 리바트에서는 정갈한 골목 사이로 이어지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다시 돌아온 수도 튀니스에서는 로마가 두려워했던 영웅 한니발의 고향, 카르타고 유적을 거닐며 역사의 흥망성쇠를 실감했다.
여행의 마지막은 ‘아프리카의 루브르’라 불리는 바르도 국립박물관이었다. 정교하고 화려한 로마 시대 모자이크들은 이번 여행에서 마주한 북아프리카의 모든 색채를 한데 모아놓은 듯했다.
☆ 길 위에서 마주한 우리의 ‘국격’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유적지 그 자체보다, 그곳에서 만난 현지 젊은이들의 눈빛이었다. 어디를 가나 흐르는 한류의 물결 속에서, 한국인인 우리를 반기며 사진 촬영을 청하는 그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 내내 메디나의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다 그게 그거 같다”고 웃기도 했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해 뜨끈한 순두부찌개 한 그릇을 앞에 두는 순간,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함께 걷고, 웃고, 감탄했던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의 이 소중한 기록은 우리 인생이라는 지도 위에 가장 강렬한 빛깔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